실업급여 타려 구직 시늉만…'떨어질 이력서'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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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있는 행사용 꽃 장식 전문 업체에 다니던 김모(29)씨는 지난 10월 이직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면서 회사 대표에겐 "회사 형편이 어려워 해고한 것으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단 하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이후 김씨는 주말마다 다른 꽃 장식 업체에 취직했다. 주말에만 행사 1건당 7만원씩을 받고 일한다. 남들보다 1만원을 덜 받는 대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회사와 구두(口頭) 계약했다. 고용보험에 가입되면 실업급여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주말 이틀만 일하게 됐지만, 실업급여에 주말 수당을 합하면 이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실업급여 기간이 늘어나고 금액을 높이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일을 하면서 실업자 행세를 하는 '가짜 실업자'와 구직 의사가 없으면서 형식적 구직 활동을 하는 '가짜 구직자'가 늘고 있다.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은 사람이 다시 직장을 구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해 생활 안정을 도와준다는 취지의 제도다.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실업급여를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이고 지급 기간도, 30일 연장한 270일로 늘렸다. 예컨대 고용보험에 1년 이상 3년 미만 가입한 만 24세 실직 청년은 제도 변경 전에는 90일간 약 541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150일간 약 901만원을 받는다. 실업급여 최대 한도도 기존 1584만원에서 1782만원으로 늘었다. 재취업 후 다시 퇴사하더라도 요건을 충족한다면 실업급여를 또 받을 수 있다. 고의로 단기 취업을 이어가며 실업급여를 계속 타낼 수 있는 구조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비자발적 이유로 퇴사 ▲퇴사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기간이 180일 이상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할 생각은 없지만 실업급여를 타려는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불합격을 위한 가짜 이력서'다. '재취업을 위한 노력'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의료기기 납품 업체에서 퇴사한 이모(30)씨는 실제로는 자영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 워크넷에는 의료기기 관련 업체에 취직하려는 것처럼 이력서를 올려놨다. 그러나 이걸 보고 이씨에게 연락하는 회사는 없다. 이씨가 써낸 이력서상 '희망 급여'는 업계 평균보다 1000만원이 높고, 자기소개서란에는 달랑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줄이 전부여서다. 이씨는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도 귀찮아서 아예 서류 단계에서 잘리도록 이력서를 썼다"고 했다.

고용주에게 일정 기간 '고용보험 미가입'을 요구하는 취업자도 있다. 실업급여를 한도치까지 모두 받기 위해서다. 서울 강북구에서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정모(42)씨는 이달 초 간호조무사 채용 면접에서 특별한 제안을 받았다. "처음 1~2개월은 수습 기간으로 월급을 적게 받을 테니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말고 급여를 따로 달라"는 것이었다. 정씨는 "알고 보니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남아 있어 급여와 실업급여를 동시에 받을 계획이었다"고 했다. 서울시내 택시업계에도 "실업급여 탈 건데, 4대 보험 가입 안 하고 일할 수는 없느냐"는 문의가 100건 중에 5~10건 정도 들어온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법인택시 회사들이 구인난 때문에 암암리에 해주는 곳도 있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10월 3889억원에서 작년 10월 619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60% 증가했다. 올 10월엔 7044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인 7조원이 넘는 실업급여 예산을 배정하고도 모자라 7900억여원을 더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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