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 해고 통보…'예의 실종' KIA 타이거즈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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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KIA 선수단은 지난 23일 오후 한바탕 크게 술렁였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훈련을 지도하던 몇몇 코치들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야구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KIA는 이날 오후 늦게 코칭스태프 개편을 발표했다. 1·2군 간 대폭 보직 이동과 함께 총 10명의 코치가 유니폼을 벗었다. 이들은 당일까지 아무 것도 모른 채 평상시처럼 훈련을 지도하던 중 구단에 불려가 재계약 불가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 중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해고 사실을 먼저 접한 황당한 경우도 있다. 이날 낮 KIA가 최희섭과 송지만을 새 타격 코치로 영입한다는 소식이 한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기존 1군 타격 코치였던 홍세완 코치가 팀을 떠난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동료 코치의 연락을 받고서야 보도 내용을 알게 된 홍세완 코치는 이후에도 구단으로부터 아무 언질을 받지 못한 채 선수들과 오후 훈련을 시작했지만 타격 지도 중 재계약 불가 사실을 통보받았다. 프로야구단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몰상식한 해고다. 그대로 남는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다. 2군으로 이동하거나 보직이 바뀐 데 대해 아무런 알림도 받지 못한 채 이날 저녁 구단 발표로 나온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자신의 새 보직을 알게 됐다.

KIA 코치들은 이미 마무리훈련마저 감독 대행 체제로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초유의 사태를 염려해왔다. 감독 없이 마무리훈련에 들어가면서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야구계에도 매사에 일종의 ‘룰’이 있다. 시즌 뒤 코치를 교체할 때는 당사자에게 늦어도 시즌 종료 직후에는 알려준다. ‘구직’의 시간은 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사령탑 선임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조차 시즌 종료 직후인 10월초 팀을 떠날 코치들을 정리한 것도 그런 이유다. 무엇보다 ‘해고’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에 앞서 당사자에게 먼저 전달해야 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러나 KIA 코치들은 외부에서 새로 영입될 코치들이 모두 정해지고 보도될 때까지 자신이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당일까지 모른 채 선수들을 지도했다.

KIA의 코치진 개편 작업은 전적으로 구단이 주도했다. 기존 코치들의 명단 정리와 해임 과정은 신임 사령탑인 맷 윌리엄스 감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KIA는 국내 감독 아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로 일찍이 결정해놓고도 ‘감독 미정’이라는 핑계로 코치진 개편을 미루고 지난 14일부터 마무리훈련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해고 사실이 외부에 먼저 알려진 뒤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선수들 앞에서 쫓겨나듯 야구장을 떠나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행태로 이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KIA는 예의와 경우를 가장 중요시하는 구단이었다. 특히 김기태 전 감독과 단장을 거쳐 사장이 된 허영택 전 대표이사의 성향이 잘 맞았다. 선수단과 구단 모두 ‘동행’을 강조하며 예의를 늘 우선시했다. 그러나 체제가 바뀌자 KIA는 급변하고 있다. 겉모습에만 심혈을 기울인다.

KIA는 올해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닌 선수 중 최초로 이범호에게 대대적인 은퇴식을 열어줬다. KIA에서 2년 여를 뛰고 NC로 트레이드 된 이명기에게는 2017년 우승 멤버라며 유례없는 환송행사를 열어줘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구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9월24일에는 그라운드에서 김기태 전 감독을 초대해 송별식도 열었다. 자진사퇴 한 감독에게 송별식을 열어준 구단은 KIA가 최초다. 그러나 사소한 것도 보도자료를 내던 KIA 구단은 이 유례 없는 행사를 전혀 홍보하지 않아 의문을 샀다. 당시 KIA 구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 부정적인 팬들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의리있는 구단으로 보이고 싶은데 욕은 먹기 싫은 이중적인 모습이다.

현재 KIA는 메이저리그 우승을 경험한 역대급 경력의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한 뒤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자마자 사우나를 하고 라면을 먹었다”며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화제몰이 중이다. 기존 서재응 투수코치에 최희섭을 타격 코치로 영입해 ‘코치진도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며 구색을 맞췄다. 그러나 그 뒤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행태에 2017년 우승을 포함해 몇 년 간 함께 고생한 코치들은 모욕감을 느끼며 떠났고 남은 코치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년에도 남게 된 KIA의 한 코치는 “시즌이 끝나면 잘리기도 하고 다른 팀으로 옮기기도 하는 것은 코치라면 모두가 받아들이는 운명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다”고 동료 코치들의 해고 과정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문은 금세 퍼진다. 이날 KIA의 소식을 전해들은 타 구단 베테랑 코치 역시 “지금까지 이렇게 경우 없는 짓은 본 적이 없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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